
집을 나선 이로부터
러브컨템포러리아트 기획자 공모 전시
2025.11. 14 – 12. 7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Call For Guest Curator LUV OR NOT 공모 선정 전시 《집을 나선 이로부터》를 오는 11월 14일부터 12월 7일까지 개최한다. LUV컨템포러리아트는 지난 2024년 갤러리 공간에서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고 제시할 시각예술 기획자를 찾는 공모 프로젝트 ‘LUV OR NOT’을 개최한 바 있다. 기존 갤러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구성이거나, 지금껏 갤러리가 선보인 적 없는 분위기를 제시하는 기획안을 기준으로 하여 게스트 큐레이터 5인을 선정, 전시 개최를 지원해 왔다.
이번 전시 《집을 나선 이로부터》는 네 번째로 공개되는 게스트 큐레이터 기획전으로, 기획자 강혜인이 전체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전시는 갤러리 공간이 여러 차례 개조된 한옥이라는 점에 집중하여, 우리가 남긴 것으로 불리는 집의 시간 속에서 도리어 집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다는 제언을 밀도 있는 정서로 풀어낼 예정이다. 전시는 관람자로 하여금 누군가 떠난 뒤 남겨진 집 안팎의 시간과 기억을 살피고 상상해 보게 하는 경험으로 기획되어 강동수, Flandre Julia로 구성된 고사테와 작가 정재엽이 함께한다.

기획자 강혜인
대한민국,서울
홍익대학교예술학과(B.A.)
전시는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듯 하지만, 작품이 모이기만하면 시간예술도, 공간예술도 될 수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요즘에는 개조된 공간이 가지는 특유의 물성과 시간성, ‘첫용도’가 만드는 특정한 동선과 공간적 특성을 탐구하고 이 모든 요소가 구성하는 감각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건축 공간 예술 융합 전공을 병행하며 공간의 언어와 제스처를 이해해, 이를 전시에서도 적용하여 작품과 공간이 함께 이야기하는 장면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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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서문
이제는 견디지 못해,
직접 두 눈으로 폭포의 밑면을 확인하러 나서는 내 마지막 외출,
그 뒤에 남겨진 것은 집채만 한 흔적,
그곳에 서린 다른 모양의 나,
그러니까 찬란한 삶이 받들어 버린 오류와 구겨진 속으로 내뱉은 한숨,
그럼에도 이변은 없기에 마주했던 아침과
하루를 소진해 내며 쌓은 다시 한숨,
투명하게 살아 여기 영원히 벗겨지지 않는 겹으로,
그리고 그 바깥에,
가끔 눈길이 머물렀던 자리에,
나도 모르는 새 틈에서 자라난 풀포기 이내 뒤덮어 버릴 것들,
아무것도 그만두지 않는 멀리 시작된 바람 모두,
기억하는 이들이 있다면 모든 스러지는 것들은 다시 세워지고 만다고,
더 낮은 헤르츠의 음성을 갖춰 전해올 때,
네가 나를 다시 불러낼 그날에, 그러면 기꺼이 묶인 끈을 풀어내,
아직 길을 잃지 않았다면,
나를 기억하는 가장 연약한 증인,
다시 집으로.
디렉터의 말
이번 전시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축적해 온 시간의 결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인간이 머물고 떠나고 다시 기억되는 방식을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러브컨템포러리아트가 2022년부터 자리한 이곳은 1960년대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공간으로, 새 건물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오래된 건축의 숨결과 균열, 결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천정에 남은 상량문과 목재의 결, 벽면의 시간은 이번 전시의 서사와 깊이 공명하며, 관객이 공간 자체를 하나의 작품처럼 경험하도록 돕습니다.
그동안 우리 갤러리는 이러한 역사적 공간성과 대조되는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오래된 집 속에 오늘의 감각을 들여오는 방식”에 집중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처음으로, 이 공간이 품어온 시간과 기억에 조응하며 옛것의 가치와 맥락을 다시 읽고 잇는 시도입니다.


이번 전시는, 이 공간이 가진 이야기가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전시입니다. 특히 우리의 게스트 큐레이터 공모 프로그램인 LUV OR NOT 기획자 지원 프로젝트의 네 번째 전시로, 기획자 강혜인이 공간의 층위와 감정선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이 오래된 집에 새로운 활력과 깊이를 불어넣었습니다. 고사테가 수집하고 복원한 벽지와 초배지, 정재엽이 다루는 폐자재와 자연물은 이 장소의 기억과 얽히며, 떠난 자와 남은 자, 그리고 지금 이곳에 선 우리가 서로의 흔적을 감각하게 합니다.
이번 전시는 북촌에 위치한 러브컨템포러리아트의 장소성과 정체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오래된 집의 숨결을 존중하며 이 공간이 들려주는 여정에 관객 여러분이 함께 머물러 주시길 기대합니다.
러브컨템포러리아트 임규향 대표
PARTICIPATING ARTISTS

고사테
(강동수, Flandre Julia)
강동수, Flandre Julia가 함께하는 고사테는 전국의 전통 한옥을 답사하며 벽지를 발굴하고 이를 디지털 복원한다. 고사테는 주로 근대사의 격동기를 함께한 1910~1970년대에 수입 또는 국내 생산된 벽지를 다룬다. 벽지의 분위기와 생산연대를 고려해, 해당 시기 많은 사람이 가졌던 국문 이름을 붙여 당대의 무명 디자이너들이 남긴 예술품을 기리고 있다. 뒷면에서 발견되는 초배지 또한 과거의 서한부터 교과서, 신문, 공문서까지 미시사와 거시사를 넘나드는데, 고사테는 이러한 유산적 가치와 시민 예술을 함께 보존하고자 힘쓰고 있다.

정재엽
정재엽은 건축 폐자재와 자연물을 수집하고 재구성하여, 도시와 환경의 관계 속에서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과정을 탐구한다. 발견된 재료들은 인간 행위의 흔적과 지나온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매체이자, 변화하는 관계의 당사자로서 작업에 함께한다. 작가는 허물어진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는 자연과 계속되는 인간의 개입을 은유하며, 거대하고 급속한 흐름의 한 단면을 현재적 기억으로 환기한다. 이를 통해 자연이 ‘스스로 그러한’ 모습으로 공존할 수 있는 이상향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