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preface
러브컨템포러리아트는 2025년 첫 전시로 닥설랍 작가의 세번째 개인전을 1월 10일(금)부터 2월 9일(일)까지 개최한다. 작가는 소셜미디어 속 현대인의 초상이 기록된 시각적 형태들을 탐구해왔다. 초창기 ‘Oasis’ 시리즈에서 영화, 빈티지 사진 속 다양한 이미지를 자신이 본 세계로 표현했다면, 이어진 ‘Blurry Romanticism’ 시리즈에서 이미지 속 낭만을 꺼내어 로맨스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랑에 도취된 감정을 닥설랍 특유의 거친 듯 하면서도 따스한 회화적 질감으로 표현한다. 닥설랍 작가는 사랑의 황홀함과 예술의 자극에서 삶의 목적을 발견한다. 사랑의 고조된 감정과 창작의 충동 모두 격렬한 생명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려는 욕망이다. 즉흥적인 발상을 캔버스 위로 옮겨내는 닥설랍의 작업 스타일은 날 것의 영감이 명료한 아름다움으로 탄생되는 과정이며, 니체에서 *디오니소스적 감성이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힘을 통해 삶의 본질적 에너지를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작품의 쭉 뻗어 나간 선에서 응축된 힘을 느끼듯, 디오니소스적 감성이 예술의 형태로의 전환되며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 느끼는 고양감과 암울함의 감정 기복 곡선이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의 대비로 극대화된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이는 패턴인 남자가 여자에게 꽃을 선물하는 장면은 사랑의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 폭죽처럼 피어난 꽃의 묘사가 마치 연인 사이에 튀는 감정의 스파크처럼 보인다. 이처럼 고대 신화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다뤄져 온 사랑 이야기를 작가가 품은 낭만으로 새롭게 보여준다. 사랑은 질리지 않는 오래된 이야기이다. 사랑은 시시각각 변하며 유동적이어서 그 모양이 서로에게 쉽게 전이된다. 우리는 전시장에서 닥설랍의 사랑의 모양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작품 속 사랑의 환희가 당신에게 스며들어,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답게 만개하길 바란다. *닥설랍 작가의 작가노트에 언급된 ‘예술은 폭발이다’에서 디오니소스적 감성이 바로 떠올랐다. "디오니소스적 감성"은 자유롭고 충동적인 감정의 표현을 의미하고 이는 감각적 쾌락과 본능적인 욕망을 강조하며, 질서와 이성보다는 감정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태도를 나타낸다.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이자 변화와 해방의 신이며 감성의 황홀함과 모호함, 도취와 신화 안에서는 선을 넘는 행위를 상징한다. 닥설랍 작가가 공감한 오카모토 타로의 "예술은 폭발이다"라는 철학은 예술을 정적인 창작 행위로 보지 않고, 역동적이고 본능적인 생명 에너지의 분출로 간주하는 독특한 시각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은 파괴하는 폭발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해방하여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창조적 파괴인 것이다.
Artist Note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리 고민해도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우울함이 지속되는 날들이었다. 하루하루의 즐거움만으로 내 삶의 의미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단기적인 즐거움의 반복은 그저 삶의 의미를 찾는 고뇌를 잠시 잊게 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삶의 의미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마다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을 뿐이다. 왜 이 불행한 세상에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봐도 결론은 언제나 같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면 내 삶은 의미 없는 삶인가? 아니, 내 삶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가야 한다. 내가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짧은 삶이지만 지금까지 돌아보면, 내게 의미 있는 자극을 준 것은 예술과 사랑이었다. 예술이 주는 다채로운 자극들은 나로 하여금 그런 예술을 창조하고 싶다는 삶의 목적성을 만들어주었다. 사랑이 주는 감정은 모든 불안감을 잊게 해주는 황홀함을 선사했다. 내게 자극이 없는 삶은 의미 없는 삶처럼 느껴졌다. 편안함은 지루함으로 변하고, 지루함은 곧 우울감을 불러일으켰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끊임없는 사랑과 예술의 자극이 내 삶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만 같았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자극을 쫓으며 살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예술의 형태가 대개 선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집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의 작품은 그 어떤 사진작가의 작품보다도 생명력이 넘쳐흘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마광수의 글, 프랜시스 베이컨과 베르나르 뷔페, 조지 콘도의 그림,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또한 그러했다. 그들은 예술에 생명을 부여하는 진정한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의 작품 속에서 나는 내가 추구하는 사랑의 형태를 엿볼 수 있었다. 사랑하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오늘의 사랑에 집중하자. 오카모토 타로가 "예술은 폭발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매 순간 폭발하는 생명 본연의 자세를 가지려 노력하자
닥설랍 (b.1999)은 젊은 세대의 감각과 독창성을 대변하는 90년대생 작가로, 이번이 러브컨템포러리아트 갤러리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이국적인 색채와 거친 회화적 질감을 구현하며, 스프레이를 회화적으로 표현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정립하였다. MZ세대는 물론 중장년층에 이르기 까지 폭넓은 계층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닥설랍의 회화적 질감은 거친 스프레이 터치와 섬세한 디테일이 공존하며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