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 서울 (Frieze Seoul)
지난 달 초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군 ‘프리즈’ (Frieze)는
아트바젤,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공동 개최된 프리즈 서울 (Frieze Seoul)은
올해를 포함 앞으로 5년간 함께 할 예정인데요.
프리즈는 왜 홍콩이나 싱가포르 아닌 서울에서 열리게 됐을까요?
사실 그 동안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 역할은 홍콩이 맡아왔죠.
홍콩에는 가고시안, 리만머핀 등 세계 굴지의 화랑들이 거점을 두고 있고
아트바젤 개최지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최근 정치적 문제로 홍콩 정세가 불안정해진 상황입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와 지리적·정서적으로 가깝지만 구매력이 높은 한국과 일본, 중국을 아우르기엔 거리감이 있습니다.
또한 상하이는 관세가 높으며 일본은 지진이라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부를 쌓으면서 독자적 가치를 형성하기 시작한 한국을 아시아권 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교두보로써 택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프리즈에서는 서울을 “훌륭한 작가 및 갤러리·미술관이 많아 아트페어에 완벽한 도시”라고 밝히기도 했죠.
이번 프리즈 서울에는 20여 개국의 약 110개 주요 갤러리가 참여했습니다.
활동 기간 12년 이하의 아시아 갤러리들을 선보이는 포커스 아시아(Focus Asia)와
고대부터 20세기까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들이 모인 메인 섹션, 이렇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진행됐고 방문객은 7만 여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화랑협회는 지난해 KIAF가 65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올해는 판매액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프리즈 서울도 판매액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지만, 행사 기간 팔려 나간 작품 금액만 추정해도 작년 키아프 매출을 뛰어넘습니다.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키아프 매출의 10배, 6000억~8000억 원까지 추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얼마에 팔렸나 궁금하시죠?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등 세계 최정상 갤러리들이 이번에 처음 한국을 처음 방문하면서 파블로 피카소, 조지 콘도, 에곤 실레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참고로 이번 행사에서 가장 고가의 작품은 100년의 역사를 가진 뉴욕의 아쿠아벨라 갤러리에서 가지고 온 파블로 피카소의 1937년 작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으로 한화로 약 600억 원이었습니다. 이는 프리즈 사상 최고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프리즈 서울은 개최 첫날부터 역대급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하우저앤워스에서 내놓은 조지 콘도의 신작 ‘Red Portrait Composition’(2022)은 개막 1시간 만에 국내 한 사립미술관에 38억원에 팔렸습니다.
제네바 런던 등에 갤러리를 둔 협업 아트벤처인 LGDR은 미국 회화 작가인 조엘 메슬러의 개인전에 나온 12점을 모두 팔았고,
서울에 처음 온 스위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조지콘도 38억 원대의 그림을 포함해 개막 1시간만에 작품 15점, 시가 100억 원대에 육박하는 작품들을 판매했습니다.
영국 리슨갤러리도 10억 원 짜리 아니쉬 카푸어 작품, 7000만 원(4만5000파운드)짜리 줄리언 오피 작품은 2점, 1억원(6만4000파운드)짜리 라이언 갠더 작품 등을 판매 했습니다.
독일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첫 날만 50억 원대 매출을 올렸는데, 안토니 곰리의 작품이 약 8억원(50만 파운드), 게오르그 바셀리츠 회화가 16억3000만원(120만 유로)에 판매됐습니다.
또한 가고시안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1984)을 1500만달러(약 204억 원)에 팔았습니다.
프리즈에 따르면 한국의 사립미술관들과 젊은 개인 컬렉터들을 비롯해 특히 중국 큰 손들이 사전 예약해, 이미 작품을 판매하고 들어왔다는 갤러리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흥행 덕분에 프리즈 서울은 영국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가 됐습니다.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제치며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프리즈 (Frieze) 의 뜻은?
프리즈 탄생 배경을 살펴볼까요?
1988년 영국,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골드스미스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젊은 예술가 16명이 주축이 돼 런던의 빈 창고를 빌려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프리즈(Freeze)’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는 대성공을 거뒀고 현대 미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예술가 그룹인 ‘YBA(Young British Artist)’의 뿌리가 됐습니다.
프리즈 전시회를 흥미롭게 본 젊은 미술 평론가 매슈 슬로토버는 데이미언 허스트를 인터뷰하며 1991년 미술 전문지 ‘프리즈(Frieze)’ 매거진을 창간하는데,
전시회 이름 프리즈(Freeze)와 발음은 같지만 철자는 다른 프리즈(Frieze)로 매거진 이름을 지었습니다. 프리즈(Frieze)는 고대 그리스 건축에서 기둥 윗부분을 수평으로 연결해 그 위에 지붕을 얹는 장식부를 말합니다. 가로로 긴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주로 부조나 그림을 장식하는데요. 현대 미술의 흐름을 파노라마식으로 조망하겠다는 매거진 창간 취지와 잘 어울리는 중의적 이름이죠?
2003년, 프리즈 매거진은 런던 리젠트파크에서 같은 이름의 아트페어를 시작했고 신진작가들의 '신선한 미술'로 흥행하며 이후 뉴욕과 엘에이로도 확장, 아트바젤, 피악(FIAC)과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등극하게 됩니다.
사실 서울 프리즈는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선보이기로 유명하지만 이번 프리즈 서울은 평이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아시아 첫 진출인 만큼 누구라도 좋아할 만한 무난한 작품을 가져온건데요. 이제 서울 맛보기를 끝낸 만큼 내년부터는 프리즈 서울이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이번 WEEKLY LUV에서는
2022년 9월 미술시장의 화제의 중심이었던
프리즈 서울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프리즈는 아시아 미술계 허브(hub)로 서울을 택했습니다.
한국 미술시장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요?
다음 weekly luv도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