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WEEKLY LUV에서는러브컨템포러리아트의
디렉터와 갤러리스트들이 추천하는 미술영화를 소개해드릴게요.
Big Eyes
빅 아이즈 (2015) 드라마 장르, 105분 | 미국, 팀 버튼 감독
감상 포인트 - 미술시장에서 상업적 감각의 마케팅과 사기극 그 어디쯤
edited by @kelly_on_redvibes
팝아트 , 갤러리 , 미술 사기극과 같이 키워드만으로도 미술인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팀 버튼 감독의 빅 아이즈는 1950 년대 화가 마거렛 킨의 실화를 다룬 영화인데요 화려한 언변술을 가진 윌터는 화가 마거릿과 결혼하게 되는데 본인의 타고난 사업수완으로 부인을 영리하게 이용하여 바에서 부부 전시를 추진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이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그림보다 더 인기 많은 부인의 그림을 자신의 그림인 것처럼 마케팅하여 수많은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거짓으로 부와 명성을 얻게 되지만 부인 마거릿은 결국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고 마침내 본인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지요.
킨의 남편은 사기꾼으로 그려졌지만 미술에 대한 왜곡된 동경과 위선을 빼면 어쩌면 훌륭한 갤러리스트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갤러리스트의 시점에서는 오히려 그의 행각이 능력으로 보였으니까요. 특유의 심미안과 타고난 감각으로 그림 한 점에 평론과 해설의 포장을 입혀 상품성을 더해 세상에 내놓고 시장 논리에 따른 적절한 숫자를 달아 주인을 찾아주고, 각종 매체를 활용하여 상품(작품) 가치를 더욱 높여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 다름 아닌 킨의 남편 윌터가 했던 행동이자 갤러리스트의 역할이기도 하니까요. 윌터의 삐뚤어진 행동 대신 기획자의 능력으로서 마거릿을 서포트해주었다면 둘은 건강한 부와 성공을 함께 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큰 눈을 가진 킨의 그림은 50년대에 그려졌지만 지금의 컬렉터들의 소장 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만큼 매력적입니다. 긴장감 있는 내용과는 별개로 따듯하고 색채로 가득 찬 스크린과 그림이 주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팀 버튼 감독이라는 맛깔 난 양념에 매료될 것입니다.
감상 가능한 서비스 | TVING
Velvet Buzzsaw
벨벳 버즈소 (2019) 미스터리 스릴러, 109분 | 미국, 댄 길로이 감독
감상 포인트 - 어떤 순간에도 아름답지 않은 건 참을 수 없는 미술계 사람들
edited by @ bs_gleam
예술과 스릴러 장르의 만남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욕망과 성공을 향한 광기, 빠르게 변화하는 미술계의 속도감은 어떤 소재보다도 스릴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냉철한 갤러리 디렉터와 그녀의 야심에 찬 갤러리스트, 그리고 악명 높은 미술 비평가가 무명 예술가의 유작을 손에 넣으며 시작됩니다. 죽은 예술가의 혼이 실린 작품이 그릇된 욕망을 지닌 자에게 복수한다는 다소 황당한 판타지적인 설정을 통하여 예술성과 상업성의 불편한 관계를 꼬집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첫 시퀀스는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아트 바젤 페어장에서 시작됩니다. 영화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LA를 배경으로 예술 세계의 상업적 측면을 극대화하여 보여주며 예술과 평론계의 허상과 아이러니를 풍자합니다. 영화에서 묘사하는 예술가가 발굴되어 시장에 소개되고 인기를 얻는 과정은 현실의 예술계와 닮아 있어 화려해 보이는 갤러리의 뒷모습, 전시회 시작 전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 영화로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새롭고 놀라운 것을 보여줘야 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감각적인 갤러리 공간, 그리고 숨 돌릴 틈 없이 바쁘더라도 미감과 스타일을 놓치지 않는 미술계 사람들 또한 영화의 재미 요소입니다. 초반 30분은 미술시장의 이야기를 현장감 넘치게 보여줍니다. 긴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도 놓치지 마시길 추천합니다.
감상 가능한 곳 | 넷플릭스
Egon Schiele: Tod und Mädchen
에곤 쉴레 : 욕망이 그린 그림 (2016) 전기 | 109분, 오스트리아, 디에터 베르너 감독
감상 포인트 - 붓을 놓는 것은 죽음과도 같았던 예술가의 삶
edited by @ bs_gleam
제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의 유행으로 피폐해진 20세기 초 유럽에서 특출한 재능으로 미술계를 놀라게한 예술가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천재 예술가 에곤 쉴레는 1890년에 태어나 300여 점의 유화와 2000여 점의 드로잉을 남기고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어요. 쉴레는 클림트와 고흐, 코코슈카, 뭉크에 강렬한 영감을 받았으며 과감하고 에로틱한 인체 묘사, 뒤틀리고 자폐적인 자화상으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에로티시즘과 선, 그리고 '비틀림의 미학'을 담은 그의 작품은 현대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영화는 에곤 쉴레의 전체 일대기 중에서도 그의 ‘영감과 사랑’에 집중하여 그의 4명의 뮤즈들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비극적이게도 쉴레는 임신한 아내를 독감으로 잃었고 그 후 3일 동안 아내 얼굴을 드로잉 하며 그리워하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에곤 쉴레의 삶을 따라가며 모더니즘이 격동했던 시대에 젊은 예술가들(신예술가그룹)의 고뇌와 방황,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를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영화 속 색감 대비와 대칭 구도, 아름다운 유럽의 목가적인 풍경이 우리에게 충분한 미적 감동을 전달합니다. 영화와 작품의 원작을 비교하며 감상하셔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감상 가능한 곳 | 왓챠
Never Look Away, Werk ohne Autor
작가미상(2020) 전기 장르, 189분 | 독일,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감상 포인트 -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좋아하신다면
edited by @poppy_on_pinkvibes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 모든 기준이 흐릿해진 세상에서 아름답고 선명한 진실을 그린 화가, 쿠르트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입니다. 전후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회화의 새로운 획을 그은 현대미술의 거장 그리고 현존하는 가장 비싼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죠. 예술가가 겪은 경험들로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고 진실한 대답을 찾는 과정은 많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개인의 삶에 대한 고찰뿐 아니라 시대적 상황을 잘 녹여낸 작품으로 개봉 당시 굉장한 호평을 받았으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영화는 뉴욕타임즈에서 “사랑, 정치, 예술에 관한 매혹적인 어드벤처”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타인의 삶>으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거장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 마르크 감독의 작품인 점도 이 영화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미술 작품이 만들어지는 치열한 과정입니다. 영화는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창작의 원천과 과정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영화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와 음악은 물론 당대의 독일 시대 상황을 잘 그려낸 플롯, ‘게르하르트 리히터’를 대변한 인물 쿠르트를 연기한 배우 톰 쉴링의 흡입력 있는 연기로 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질 틈이 없습니다.
영화 속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인 쿠르트와 엘리자베트 이모를 그린 그림 마리안느 이모 <Tante Marianne(1965)>은 리히터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들을 영화에서 사용할 수 없었는데요. 그래서 감독은 리히터와 오랜 시간 작업한 조수를 섭외해 비슷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실제로 만들어냈습니다. 실제 리히터의 작품 Tante Marianne과 영화 속 작품을 비교해 보아도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06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390만 달러에 낙찰된 이 작품은 본래 ‘어머니와 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리히터가 개인사로 작품에 접근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진이 본인과 이모를 찍은 사진이라는 것도 밝히지 않았었고, 심지어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찍은 것이라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품이 ‘작가 미상’이라는 평을 받았고, 영화의 제목도 ‘작가 미상’이 되었습니다.
예술을 소재로 한 영화에는 예술가들의 삶과 미술시장의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관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영화 속에서 갤러리스트들의 일하는 방식,
그리고 예술가들의 창작에 대한 고뇌를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