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걸작
미술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그림을 소개해드릴게요.
한가로운 숲 속 평화로운 분위기 속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성들은 단정하게 정장을 갖춰 입고 있는데 여성들은 완전히 벌거벗은 채로
도발적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네요.
얼핏 보면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표현한 듯한 이 그림은
미술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그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입니다.
먼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1863년 파리에서는 아카데미 미술이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아카데미는 예술가를 양성하는 국립 기관으로 매우 보수적이며 전통과 규범을 중시했습니다.
작품들은 정확한 원근법을 따라야 했으며 입체감과 자연스러운 명암법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림의 주제 역시 역사적, 종교적 사건과 고전적인 신화를 다뤄야 했으며
주로 종교의 성스러운 일화나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그림들이 그려졌습니다.
이런 아카데미에서는 매년 ‘살롱전’을 개최했는데, 화가로 성공하고 싶다면 누구나
꼭 거쳐야 하는 예술가들의 등용문으로 매우 권위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살롱전의 심사위원들은 아카데미 화풍을 장려하던 미술학교의 교수진이나
왕족, 귀족들로 아주 엄격한 기준을 따르며 보수적이었습니다
1863년 살롱전은 특히나 그런 보수성이 더 심했으며 엄격한 심사 기준으로
출품작 절반 이상이 탈락하게 됩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이에 반발하게 되고 당시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는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살롱전에서 낙선한 이들을 위한 ‘낙선전’을 열어줍니다.
형편없는 작품들이니 탈락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낙선전으로 향한 시민들은
기존 아카데미 예술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양식과 화풍들을 보며 크게 놀랍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객들을 사로잡은 작품이 바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입니다.
지금 우리 눈에는 평범해 보이는 이 그림은 그 당시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림에서 남성들은 전형적인 부르주아 복장의 정장을 단정하게 갖춰 입었고
여성들은 나체로 등장합니다.
이런 옷차림은 부르주아 남성들의 매춘 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인데요.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마치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 것으로 느끼며
그림을 보고 불편해 하고 이를 비난합니다.
그동안 여성 누드는 고전부터 예술의 소재로 많이 활용되어 왔지만
신이 아닌 동시대의 실제 존재하는 여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누드는 없었습니다.
작품 속 여성의 시선과 태도도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고전 작품의 누드화 속 여성은 수동적인 태도와 부끄러워하며 몸을 가리려는 포즈를 취하기도 하죠.
하지만 마네의 작품 속 여성은 놀라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며 관람자를 정면으로 똑바로 마주합니다. 그녀의 당돌한 시선은 관람자가 부적절한 현장의 목격자가 된 기분이
들게 하며 당대 사람들의 반감을 샀습니다.
마네의 그림은 명암법과 원근법도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받습니다.
마네는 화가가 본 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고전의 기법들을 무시하고 포기한 것인데요.
이는 미술계의 규범의 경계를 허무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파격적인 도전이었던 마네의 그림은 많은 비난과 악평에 시달리지만
당대의 젊은 미술가들에게는 강렬한 영감을 주게 됩니다.
젊은 예술가들은 마네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확신하며 자신들만의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이 전시가 바로 1847년 열림 ‘제1회 인상주의 전’으로 이 전시로부터 현대 미술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인상주의(impressionism)’가 탄생하게 됩니다.
마네는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불렸지만 자신 스스로 인상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마네는 이후에도 도전적인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그의 작품은 늘 논란의 중심이 됐습니다,
그는 예술이 현실에서 솟아나야 하고 현실 세계의 새로움과 다양함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걸작으로 평가받는데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그의 새로운 시각은 이후 시대 예술의 기틀이 됩니다.
작품의 현대성은 표현기법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새롭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마네 작품의 새로운 시각을 시발점으로 하여 의도된 예술에서 자율성을 가진 예술로의 전환과 예술의 형식과 내용면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현대 미술 고유한 순수성을 찾는 모더니즘으로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발행 @LUVCONTEMPORARY_ART
글 Hyeseung Lee @poppy_on_pinkvibes
디자인 subin baek @bs_gleam